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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Portugal-Spain/포르투갈길 후기

산티아고순례길 날씨ㅣ끝없이 비가 내리는 우기 포르투갈 스페인의 날들

by 8눈싸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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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길 날씨에 대한 기록

길위를걸어가는세사람
산티아고순례길 비오는 날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렸던 11월 순례길의 가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출발해서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까지 27일간 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길을 걸으면서, 내 계획대로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음에 대해 깨닫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게 바로 날씨. 매일 내린 비였다.

숲속에나있는길
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길

평소에 비오는 소리도 좋아하고, 비오는 날도 나름 좋아한다고 여겨왔는데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 이튿날 바로 하루종일 비를 맞게 됐던 첫 날. 다섯시간 반을 밖에서 비를 맞고 나니 '길 위'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어느 날은 혼자 서있던 깊은 숲속에서 꼼짝없이 비가 내리쳤고, 여느 때처럼 잠시 강한 빗줄기가 지나가기를 피해 기다릴 곳도 없어서 멍하니 서서 판초 우비 위로,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면서 숲에 부딪히는 빗소리를 들었다.  

그런 감상도 잠시, 도로가에서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물이 튀었고, 카페나 레스토랑이 없는 길에선 몇시간씩도 제대로 앉아서 쉴 수가 없었다. 강한 비바람은 제때 요령껏 피하고 지나보내지 않으면 등산화 속까지 빗물이 차서 몸이 무거워졌고, 그러면 가까운 알베르게를 찾고 계획을 바꿔야해서 쉽게 기운이 빠지고 지쳤다. 또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맞을 수 있으려나 비 예보만 들어도 두려움이 들고,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온다면 하루에 몇 킬로미터씩이나 걸을 수 있으려나, 산티아고까지 갈 수는 있으려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비가 오더라도 조금씩이라도 걸으면서 익숙해지다가, 한번씩 빗물에 젖고 냄새나는 옷을 빨래방에 가서 빨래와 건조를 맡기고, 또 비를 맞고 젖기를 반복하던 순례길 16일차에 도착한 포르투에서. 결국 이틀간 걷기를 멈추고 비 때문에 질려버린 마음을 다잡으면서 쉬었다가 다시 여정을 시작하기도 했다.

주황색우비를입고걸어가는순례자
산티아고순례길 판초우의

비가 많이 와서 걷기 힘들다는 내 말에 '그래도 여기 있다는게 행복해! 이곳은 모든 곳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라면서 웃던 아저씨 까미노에게, 알베르게에서 잠에 들면서 "내일도 아마 비가 오겠지만, 우리는 좋은 날을 보낼 거야"라던 친구에게 배운 건.

행복할 수 밖에 없는 완벽한 하루 같은 건 없었고, 언제나 부족함이나 불평할 거리가 항상 존재했다. 비가 오면 비 때문에 걷기 힘들었고, 비가 오지 않으면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걷기 힘들었고, 그렇지 않고 날씨가 좋으면 갑자기 발이 많이 아프고 짐이 무거워서 힘들었다.

그 속에서 내 하루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즐거울 이유를 발견해내고,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것. 순례길에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자주 되새기게 하고 나를 붙잡아주는 깨달음이었다.

순례길 완주를 이틀 쯤 앞둔 스페인 파드론에서, 눈앞에서도 못 믿을 만큼 크고 둥근 무지개를 만났다. 꽤 가까운 곳에 떨어지고 있던 무지개. 한달 내내 내리던 비 끝에 드디어 갠 날씨가 주는 선물처럼. 결국은 순례길의 끝에 가까워 왔다는 걸 아는 것처럼. 여전히 아무도 없는 길 위에 혼자서 걷고 있었지만 눈물 나도록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평생 어디서 무지개를 볼 때마다 다시 떠오를 순간으로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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