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순례길 포르투갈길 2022
- 까미노 데 산티아고 -
순례길 일기장(1)
# 순례길 첫날의 맘가짐
한걸음 한걸음 걸으면서 편안한 숨을 쉬기. 웃는 얼굴로 만나는 사람을 대하기. 혼자 있을 때도 웃는 표정을 지어보기. 밥을 먹을 때는 꼭꼭 씹기. 천천히. 천-천히
# 산 하나를 넘어서
정말로 혼자서 아무도 없는 길을 걷고 숲을 걷고 또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걷기도 하다, 이런 저런 생각에 붙잡히기도 하고, 노래도 들어보고, 혼자서 중얼중얼 말도 해보고. 어깨가 결리고 다리가 떨리고 온몸에서 열이 나지만 머리 속은 편안하다. 처음으로 길 위에서 신기할 만큼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
# 온기없는 침대 위
내일은 얼마쯤 갈 수 있을까. 오늘은 얼마나 걸을까. 내가 결정하기만 하면 되니 단순하다가도, 해가 지도록 계획했던 알베르게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산 길에서 멘붕이 되었던 날. 그러다 발견한 표지판을 따라 들어간 알베르게는 거의 폐교 강당 같은 곳에 2층 베드만 열몇개가 놓여있는 곳이었고, 온기 한 점 없는 침대 위. 침낭 속에, 다시 패딩 속에 몸을 넣고, 여덟시간이 넘게 꽃잠에 빠졌다. 동이 틀 무렵 어두운 알베르게에서 다시 배낭을 챙겨서 나오는데, 새삼 서늘했다. 이런 곳에서도 이렇게나 잘 자다니. 겁도 없구나. 포르투갈의 작은 산골 마을을 지나며.
# 파티마에서 촛불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보다 조금 더 종교적인 인상으로 남은 파티마. 알베르게에서 나와서, 파티마 대성당 앞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서 한나절을 보냈다. 무릎 걸음으로 대성당까지 가는 사람들. 촛불을 들고 서있는 사람들. 내내 기도하는 사람들. 무슨 기도제목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게 기도 밖에 없는 상황 속에 있는지. 삶에서 풀리지 않는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일까. 싶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 정말 중요한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내일부터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더 오래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티마를 뒤로 했다. 가벼워지기를.
이어서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 총정리(포르투갈길 한달 배낭)ㅣ옷차림 상비약 침낭 유럽배낭여행 순례자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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